육신은 고달펐어도 가벼운 이 마음, 저 등산객은 알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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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일(9/16,17)에 실시된 제52기 (모의)임종체험 (Pseudo-Death Experience) 수련회에 참가했던 수련생입니다.

(1) 만약 1시간 후에 자신이 죽음을 맞이해야한다 하며, 유언장을 쓰라 하면, 여려분은 뭘 쓰시겠습니까?

희랍의 소크라테스는 '닭 한 마리 값을 치르지 않은 것이 있으니 이를 갚으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닭 한마리 값 외에는 세상에 빚진 것이 없었으니 얼마나 떳떳한 삶이고 청정한 삶이었으면 그런 유언을 남길 수 있었을까요.

성삼문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 직전 다음의 시를 남겼다고 합니다.
擊鼓催人命 回首日欲斜 黃泉無一店 今夜宿誰家
(격고최인명 회수일욕사 황천무일점 금야숙수가)
(북을 쳐서 사람의 목숨을 재촉하는데, 머리를 돌려보니 석양에 해가 지려하는구나, 황천 가는 길에는 주막하나 없다는데, 오늘 밤에는 누구 집에서 잘꼬?)

관(棺) 속으로 들어가기 전, 유언을 남기라 했을 때, 저는 가족에게 당부할 말 보다 먼저 순간적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저의 일생을 돌아보게되었는데, 저는 정말 당황하고 말았습니다. 지금까지 열심히 진지하게 성실히 살아왔다고 여겼는데, 어찌된 탓인지 여태껏 한 일이라곤 의식주에 매달린 일과 털어버리지 못한 애착 뿐이었습니다.
비록 부지런히 살긴 했으나 남다른 공덕이라고 할만한 것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으니 그야말로 雖有勤行이나 無智慧者는 欲往東方而向西行인 꼴이 었습니다. 나의 비석을 세워준다해도 새길만한 비문(碑文)이 없음을 알았습니다.
어느덧 나는 참회하고 있었습니다.

나의 아들,딸에게 쓰게 된 유언은 "너희들이 죽음을 맞았을 때, 쓸쓸함을 느끼지 않을 삶을 미리 생각하고 그렇게 살라"로 썼습니다.

(2) 임종(臨終)체험이 어찌 가짜체험으로 실감이 나겠습니까? 그러나, 자신의 삶이 어떤 가치가 있었는지 중간 점검을 해 볼 수 있게 하고, 남은 생애에서나마 가치 있는 삶을 택하도록 바른 방향을 찾아보는 계기를 준 것 만으로도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시심마? (이 뭐꼬?) 와 같은 심원한 화두는 못 가졌어도, 적어도 시아마? (나는 뭐꼬?) 라는 화두는 챙겨본 시간이었습니다.

(3) 어떻게 사는 것이 가치 있는 삶인가? 에 대한 답을 구하려고 스스로 찾아 온 듯한 참여자 모두의 진지하고 구도자적인 자세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결같이 생각이 깊고 자애가, 사랑이 깊은 분들이었으니 이 분들을 만난 것 만으로도 기쁜일이었습니다.
대학생 몇분도 참여했는데.. 복 많은 젊은이들이다 싶어 눈길이 자꾸 갔습니다.

(4) 스님들을 출가한 것 하나 만으로도 공경하지 않을 수 없다는 느낌은 겨우 몇 번이지만, 나의 아만은 조금씩 허물어 지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5) 어두운 관에서 나와 남은 밤을 보내고 환한 세상에 맨발로 오른 의상암, 그곳에서 내려다 보는 속세. 모두가 신선 된 듯 환하고 밝았지요.

능인선원에서도 또 여기서도 고요한 충격을 받은 것은 몇몇 보살님들의 연꽃 같은 얼굴 모습. 염화시중의 미소와도 같고, 깊은 불심이 아니고선 뿜어 낼 수 없는 향. 바로 보살심이겠지요.

(6) 기체조가 그리도 불교와 조화를 이룰 줄이야! 부드러운 곡선운동의 아름다움이여...선율이어라.

육신은 고달펐어도 가벼운 이 마음, 저 등산객은 알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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