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자의 취재차 참가한 체험담 (2009년 참가)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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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 '취재보도'수업을 듣는다.

내가 글쓰는 일에 소질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기자 정신이 투철한 사람이 아니어서 더 많이 노력하지 않고서는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큰 과목이다.


이번 기말 과제는

'기획기사'를 쓰는 것.

최근 웰다잉에 대한 관심으로 임사체험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보고

참된 죽음의 의미를 조명하는 것이 취재의 목적이다.


그래서 죽음교육에 관한 자료 조사를 하는 중

가까이에서 죽음준비 교육을 하는 곳을 알게 되었고

직접 참가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어제

개포동에 위치한 '아름다운 날' 수련원에 가서

직접 임종체험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침에 일어나 뉴스를 통해 접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

한 나라의 대통령이셨던 분이 스스로 그런 선택을 했다는 점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웠다.

이렇게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은 날, 임종체험을 가려하니 가는동안 머리가

복잡했다.


수련복을 지급받고, 옷을 갈아입고 나면

핸드폰 전원도 꺼야하고 철저히 외부와 단절된다.

프로그램에 꽤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프로그램은 묵언 수행을 하며 이루어진다.

입재식을 시작으로

나의 인생관찰기, 죽음명상, 유서쓰기, 입관체험 등으로 진행되었다.


'죽음'이란 단어가 풍기는 공포와 두려움 때문인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많이 긴장했다.

평상시에 나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못한, 아니 생각하려 하지 않았던 나인데

프로그램에 몰입하다 보니 눈물이 흘러 나왔다.

죽음 명상을 하면서 이 세상에서 내가 용서를 구해야하는 사람, 용서를 해야하는 사람, 사랑한다고 말

을 해야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니 감정이 복받쳤다.

평상시에 내가

잊고 살아왔던 사람들의 얼굴도 떠올랐다.



유서를 작성하고 읽으며 지난 날 집착하며 가지려 했던 것들이

조금은 허망하게 다가왔다.

왜 그동안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지 못했을까, 왜 내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것을 어려워했을까 ...


유서를 읽고 나면 거칠은 수의를 갈아입고 입관체험을 한다.

촛불로 밝혀진 길을 따라 내려가

차례로 입관한다.

처음 수련원에 왔을 때,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준비하는 동안

느껴졌던 두려움이 막상 그 순간이 되니 편안하게 다가왔다. 홀가분해진 느낌이었다.



관 속은 비좁았다. 손과 발이 묶여 나 스스로 일어날 수도 없었다.

뚜껑이 닫히고나니 내가 눈을 뜨고있는건지 감고 있는건지

분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깜깜하다. 내가 정말 죽음을 맞이한 사람같았다.



그 속에서 나는 내가 그동안 살면서 간절히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밖으로,,, 세상 속으로 다시 나가게 된다면 어떤 것을 해야하는지

짧은 시간동안 수많은 고민을 했다.



다시 뚜껑이 열리고 몸을 일으켜 바깥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그냥 머릿속이 정화된 것처럼 편안했다.

그동안 품어왔던 고민들이 말끔하게 사라져버렸다.


참가자들 모두 입관체험을 마친 후,

소감을 나누며 프로그램은 끝이 난다.



취재를 위해 임종체험에 대한 자료를 준비하는 동안

솔직히,,,

직접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 내가 어떤 자세로 임해야하는 것인지,,, 체험자들의 소감처럼

변화를 느끼게 되는지 의구심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순수하게 내 자기 성찰을 위해 프로그램을 찾은 사람들과

처음 의도는 달랐지만

내 지난 23년의 시간을 돌아보며

앞으로 내가 무엇에 의미를 두고 살아야하는지 정답을 얻게 되어

행복하다.



처음에는 임종체험을 직접 참여하려 하지 않고

옆에서 참가자들의 소감만을 인터뷰하려 했었다.

하지만 직접 그들과 함께 체험해보니

달랐다.



임종체험이 나에게

지금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마음,

마음의 평온함을 주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했다는 점이 매우 만족스럽다.



어느 누구라도 상관이 없다.

어떤 종교라도 상관이 없다.

죽음을 준비하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싶은..

지금 자신이 혹여 극단적인 선택 앞에서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면

임종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 볼 것을 적극 권장하고 싶다.



작성자 행복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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