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유쾌한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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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체험*

갈수록 스치는 바람조차 사무치고 애틋하다.
북한산 국녕사에서 1박2일간 열린 임종체험에 다녀왔다.
유언장 써 낭독하고 한밤중 산속에서 흰 베옷 입고 '각자' 관에 들어가 손발 묶인 채 시체처럼 눕자 밖에서 관 뚜껑 닫고 못까지 꽝꽝 쳐버렸다. 처음 30초쯤 온갖 불안이 스쳐 갔으나 어느 순간 마음 탁 놓아버리니 그지없는 평화와 고요뿐, 오히려 무한한 어둠과 침묵을 즐겼다.

그 뒤 절마당에서 손잡고 노래할 때 정말 행복했고, 삶이 한바탕 유쾌한 놀이임을 몸소 체험했다.(관에서 나와 '홀로 아리랑'을 부르게 한 건 누구 아이디어일까? 그 기발한 독창성에 경의를 표한다.)

첫눈에 두진스님의 독수리 같은 눈매에선 수행자의 서슬 푸른 기상이 느껴져 문득 영원처럼 아득했고, 관에서 나와 우리가 노래할 때 열심히 멜로디온을 연주해주던 그의 모습에선 음악을 사랑하는 찰나의 아름다음이 빛났다. 또 맑은 생기가 반짝이던 경봉거사의 "수행은 행복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는 말도 멋있었고, 형식과 격식을 간단히 뛰어넘을 줄 아는 그 자유의 경지가 조사선의 선풍처럼 시원했다.

하지만 벗이여, 성불이 별 것이겠는가.
무위진인 (無位眞人 )으로 한 순간을 영원처럼,
'이 순간'을 선물처럼 즐기며 살 수 있다면
그게 곧 성불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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