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에 임종체험에 취재차 참가했던...

영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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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상 업데이트 일정이 늦어지게 되어, 지난주에야 기사가 올라갔네요.

취재를 위해 참여한 체험이었지만, 취재 이상의 큰 의미를 얻고 갈 수 있었던 체험이었던 것 같네요.

자세한 기사 내용 올립니다^^


오늘 하루가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떠날지 모르는 인간의 삶.

우리는 죽음을 최대한 간접적으로 경험해보면서 새로운 의미를 찾기 위해 강남의 한 복지관을 찾았다.

방문을 들어서자 고요함을 넘어서 엄숙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하늘 여행이라는 타이틀을 건 이곳에서

먼저 체험을 위해 간단하게 인적사항을 기입하고, 자리 한 쪽을 차지하고 앉았다. 낯선 분위기에 조금은 신비감마저 느껴진다.

마음을 가다듬고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한편으로 차분해지면서 침착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미리 받은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자리에 놓여진 프린트에 적혀진 질문을 확인하며 본격적으로 나의 인생을 되돌아 본다.

막상 마음을 먹고 나의 인생에 대해 되돌아 보니 쓰기가 쉽지 않다. 난 도대체 20년이 넘는 삶 동안 무엇을 했나.

진지하게 내 삶에 이렇게 돌이켜 본 적은 처음인 것만 같다. 내 삶의 점수를 매기라는 칸에 난 75점이란 숫자를 기입한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자, 내 자신이 발가벗겨진 것 같은 느낌이다. 질문 하나하나에 살얼음을 걷는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하나하나 써내려간다.

내 인생에서 진정으로 소중했던 것은 무엇이었나?

하나하나 평소에 내가 욕심을 부리고 챙기려고 아등바등했던 것들이 부질없던 것으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내 자신, 가족, 친구들, 그리고 나의 꿈, 정말 소중한 것들은 나와 항상 함께 있었기에 별로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 같아 후회스럽다. 왜 난 항상 부질없는 것들, 진정으로 나에게 소중하지 않은 것들을 얻기위해

아등바등하면서 살아왔던가.

만약 나에게 삶이 6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면 ?

이 질문을 받고, 곰곰히 고민해본다. 왜 나는 평소 나의 살아있음에 대해 무딘 생각을 가졌을까. 왜 하루하루를

허무하게 최선을 다하며 보내지 못했을까. 온갖 생각들이 내 머리를 스친다. 내 삶이 6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면

나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해야지, 조심스럽게 가족들과 함께 떠나는 마지막 여행, 지인들에게 접대하는 따뜻한 식사,

그리고 하루하루를 돌이켜 볼 수 있는 일기 작성과 유서라고 기입한다.


나의 삶을 다 돌이켜보고 난 후, 드디어 간단한 주의사항과 함께 본격적으로 죽음명상에 돌입한다.

죽음의 의미에 대해 되돌아보고, 다른 사람 이야기들 가쉽거리들이 아닌 온전히 내 자신,

스스로에게 주어진 의미를 되돌아 본다. 난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 왜 난 항상 내 자신 깊이 자리한 내면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주변의 시끄러운 무의미한 일에만 집중했는가.


내 자신이 스스로 나의 죽음에 대해서 쓰려고 하니

펜이 잘 안 떨어진다. 마음을 추스르고, 담담히 작성하기 시작한다. 가슴에서 왠지 모를 뜨거운 감정이 벅차오른다.

지난 삶에 대한 아쉬운 마음 때문일까. 감정이 나도 모르게 격해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변사람들에게 남기는 편지를 작성한다.

기분이 뭔가 이상하다. 죽음을 앞두고 용서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당장 죽음을 앞두고 있다고 하니,

미움으로 가득했던 사람들이 조금씩 이해가 되고 용서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날에 모든 사람들에게 나쁜 마음을 남기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일까?


나를 좋아했던, 좋아하지 않았던 모든 사람들에게


한 번 스치는 것도 인연이라 하거늘, 좋든 나쁘든 나와 관계를 맺었던 경험이 있다는 건 정말 큰 기적이고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다시는 볼 수 없겠지만, 또 다른 세상이 있다면, 그리고 인연이 닿는다면,

다시 웃는 얼굴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언제나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를 잊을 수도 있다는 거

당연히 이해하지만, 가끔은 아주 가끔은 괜찮은 사람이었다고 기억해줄 수 있었으면...

고맙고 사랑합니다..


하늘로 향하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최후의 식사를 즐긴다.

소박한 식사지만, 왠지 모르게 생전의 마지막 식사라고 하니 큰 의미로 다가온다.

삼각김밥 하나가 나에게 이렇게 큰 의미로 다가올 수 있을까?


참된 삶을 맛보지 못한 자만이, 죽음을 두려워 하는 것이다. - 제이메이 -


이제 드디어 정말 세상을 떠날 시간이다. 저승으로 갈 때 입어야 할 삼베옷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찹찹하고, 정말 세상과 단절된다는 것이 실감이 안 간다.

나의 삶은 이렇게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구나.


저승사자를 따라 조심스럽게 내가 평생 잠들어야 할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걸음 걸음 발을 내딛을 때마다, 나의 이승에서의 삶이 떠오르며 가족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딱 한번만 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 그렇다면 사랑한다고 말해 줄 수 있을텐데,

훌륭하게 죽는 법을 모르는 사람은, 한 마디로 살았을 때도 사는 법이 나빴던 사람이다. - 토마스 풀러 -


드디어 내가 평생 잠들 장소에 도착한다. 너무 비좁아 보이는 것이 집이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 손과 발을 묶어 자세를 고정하고 내가 앞으로 평생 살아야 할 관 안으로

몸을 집어넣는다. 불편한 가운데, 머리속에서 이승에서의 추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간다.

내 삶은 과연 어떠했는가, 이렇게 정말 사랑하고 소중한 사람들과의 인연은 마지막인것인가?


정말 난 이제 세상과 단절 되었구나, 마치 군대에 입소하여 입소대대에서 첫날 밤을 보냈을 때의 느낌이다.

그 때도 그렇게 오랫동안 사회와 단절되어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이제 난 이 곳에서 얼마 동안이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만날 수 없는 것일까?


꿈과 현실 사이에서 머리가 복잡해진 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구원의 손길이 들린다.

관을 열어주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마침내 나의 손과 발은 자유가 되었고, 나의 몸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그렇다, 다시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돌아온 것이다.

상처에 딱지가 앉고 다시 새 살이 돋아난 것 같은 상쾌한 느낌인 지금, 삶은 의욕으로 다가온다.

다시 나에게 삶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못하는 것이 어디 있을까? 진심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하나 작성한다.


이 세상에 죽음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겨우살이 준비하면서도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

- 톨스토이 -


평소의 삶에 대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던 우리들.

하루하루의 소중함에 대해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가슴으로 와닿았던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항상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해, 그리고 사소한 사건들 걱정들로 내 자신에 대해 집중하지 못하였고,

내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못했다. 하지만, 죽음을 경험하고 다시 깨달았다.

죽음은 우리에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올지 모르는 우리 삶 속에 존재하는 것임을.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겐 소중한 것이고, 행복한 죽음을 맞기 위해 우리는 매사에 최선을 다해야 함을.

그렇기에 내 삶은 항상 언제나 생이 다하는 날까지 끊임없이 달려야 한다는 것을.


귀천(歸天)



- 천상병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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